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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이거 술이야, 음료야?… 청소년 음주 유혹 ‘컬래버마케팅’

[음주폐해 불감증 사회, 이젠 바꾸자] ④ 나는 술 마케팅, 기는 규제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이 서울의 편의점 마트 등에서 식품·캐릭터 등을 마케팅에 활용한 주류 제품들을 수집해 모아놓고 있다.

 

‘천하장사, ENERGY BEER’

 

지난 9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 주류 코너에 전시된 맥주 캔 상단에 표시돼 있는 문구다. 그 아래에는 강렬한 근육질의 캐릭터가 디자인돼 있다. 캔 뒤에 는 1985년 탄생한 국민간식 소시지 ‘천하장사’가 수제 맥주와 만나 ‘에너지 비어’로 재탄생했다고 적혀 있다. 과거 히트쳤던 식품을 가져와 술 판촉에 활용하고 있는 것. 당시 국민의 허기짐을 채워준 소시지처럼 세상과 씨름하는 모든 이들에게 힘과 에너지를 주는 맥주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나아가 술이 신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현행법상 방송·신문 등 매체의 술 광고에는 이런 음주 미화나 신체·정신 건강에 도움 관련 문구나 상징 표현의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정작 주류의 포장·용기에 표시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어 규제하기 어렵다.

 

근래 주류와 술이 아닌 상품의 이른바 ‘컬래버레이션(협업)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신종 주류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업 제품은 소비자에게 술을 주류가 아닌 다른 제품으로 오인하게 하고 특히 어린이·청소년에게 술에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거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주류에도 협업 붐…규제 사각지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식품과 생필품 캐릭터 게임 등과 협업한 주류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업계는 이를 상징하는 도안(패키징)으로 주류 용기를 포장하는 추세다. 식품과 협업한 주류 사례를 보면 ‘진라거(라면)’ ‘바밤바밤(아이스크림)’ ‘메로나에 이슬(아이스크림)’ ‘죠리퐁 당(과자)’ ‘2080이팔맥(치약)’ ‘칠성사이다 맥주(사이다)’ ‘허니버터아몬드주(아몬드)’ ‘깡맥주(과자)’ ‘쥬시후레쉬 맥주(껌)’ ‘레모나 라들러(비타민)’ 등이 있다. 또 ‘유미의 위트 에일(유미의 세포들)’ ‘고길동 에일(아기공룡 둘리)’ ‘맥주왕(패션왕)’ ‘원 소주(리니지)’ 등 만화 캐릭터나 게임을 용기에 표시한 주류 제품도 다수다. 연예인 등 인물 관련 내용을 술병에 형상화한 ‘오열 맥주(윤민수)’ ‘J에게 라거(이선희)’ ‘꿀 미숫가루 막걸리(임창정)’ ‘의리남(김보성)’ 같은 제품은 10대의 호기심을 자극 할 수 있다. 실제 이런 제품들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의 주류 코너에 어린이 눈높 이에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게 전시돼 있다.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13일 “산업계 전반에 젊은층 타깃의 협업 제품 붐이 일면서 주류 마케팅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도수 낮고 달달한 술을 지향하는 주류 업계와 ‘펀(fun)마케팅’에 주력하는 식품 등 관련 업계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식품이나 캐릭터 등을 활용한 주류 제품들이 술을 음료로 착각하게 하거나 친화적인 인식을 심어줘 이른 나이에 음주를 시작하는 게이트웨이(관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상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 광고나 주류 용기에서 천하장사, 에너지 같은 표현이나 근육맨 캐릭터를 자꾸 보게 될 경우 해당 술을 마시면 힘을 얻고 강해지는구나 하는 ‘암묵적 기대 혹은 연상’을 하게 된다”면서 “중학생 대상 연구에서 귀엽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활용한 주류 제품을 접하게 했더니 1년 후 술을 마실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말 일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66.7% 가 아동·청소년에게 각인될 수 있는 캐릭터 주류 광고를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주류 회사들은 늘 자율 규제를 외치지만 주류 광고의 법 위반 사례는 계속 늘고 있으며 광고인지 아닌지 애매한 마케팅이나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협업 제품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상식적, 윤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도 “2021년 6월 시행된 건강증 진법 개정안은 술 광고 주체를 주류 제조·판매·수입업자로 명확히 했지만 협업 제품의 경우 주류 회사와 식품 업체 등이 마케팅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만간 주류 ‘표시 제한’ 법 발의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는 주류 광고의 제한·금지 특례 조항이 있지만 주류 용기의 ‘표시(문자·도형, 상품 특성 등)’에 해당하는 내용을 규제하는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건강증진법에 주류 표시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류가 아닌 제품의 용기·포장에 주류의 품명, 종류 및 특징 등에 관한 사항을 표시해선 안된다’는 조항을 새로 추가한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말 발의할 예정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춰 1급 발암물질인 술에는 알코올 이외 정보가 안 들어가도록 알코올과 일반 음료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게 법 발의의 취지”라며 “현재 법안의 세부 내용을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남 의원은 2020년 10월 소주병 등 주류 용기에 아이돌 같은 연예인 얼굴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복지부도 정책 추진 의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2021년 6월 주류 광고 기준을 강화한 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 후 법 위반 광고는 크게 늘었다. 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법 시행전인 2018년 937건, 2019년 576건, 2020년 495건으로 지속 감소 추세이던 법 위반 술 광고가 2021년 1438건, 2022년 1744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주류 광고 위반 현황을 매체별로 살펴보면 SNS가 94.9%(1656건)를 차지 했고 디지털(26건) 인쇄매체(24건) 방송(16건) 기타(22건) 순이었다. 세부 위반 내용은 대부분 음주권장 표현, 과음경고 문구 미표기, 경품·금품 제공, 건강 관련 표현, 음주 미화 등이었다.

 

조현장 건강증진개발원장은 “신종 주류 마케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지만 협업 제품이나 연예인을 동원한 판촉들이 앞서가면 규제가 뒤따라가는 상황”이라며 “법제도는 느슨하고 관련 예산이 부족한데다 복잡한 이해 관계, 음주에 관대한 사회문화적 환경이 맞물려 음주폐해 예방기관으로선 애로점이 많다”고 말 했다. 이어 “우선 협업 제품으로부터 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마련과 통과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출처: 절주온 (khepi.or.kr), 국민일보,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9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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